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우리 현대사의 암울했던 시기에 태어나 성장한 남미영이 등단한 1964년도는 ‘본격 아동문학의 전개’ 시기다. 1950년대 후반부터 각 신문사가 신춘문예 제도에 동화와 동시 분야를 설치함으로써 시작된 문단 풍토의 개선은 1960년대 신춘문예 제도의 부활과 함께 각종 아동문학 잡지의 신인 추천 제도 설치로 본격화된다. 남미영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맞추어 신문사의 신춘문예를 통해 등장한 신인이었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 교수로 초·중·고 국어과 교육 과정과 교과서 개발 책임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한국독서교육대학 교수 및 한국독서교육개발원장을 맡아 우리나라 독서 교육의 최고 권위자다. 그런 남미영의 동화 쓰기는 어린이에게 보내는 찬란한 사랑의 편지며 비상에 대한 희구다. ‘환상적 세계의 해결사’, ‘꿈을 가지고 성장하는 소년’을 통해 허위의 세계에서 진실의 세계로 향하는 화해 촉구의 동화를 써 한국 동화 문학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에는 남미영 문학의 대표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를 교류해 환상 동화의 본령에 도달하며, 대조법·열거법·점층법 등의 유려한 문체와 함께 단도직입적 서두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열린 결말은 독자 스스로 작품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한국 동화 문학의 수준을 올리는 데 기여한다. 무엇보다도 철저히 동심의 입장에 충실해서 그들에게서 발견되는 순수한 세계를 어린이다운 눈으로 꾸밈없이 담아내었다.
남미영 동화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본다.
첫째 유형은 동심을 가진 어린이에 의해서 문제의 해결과 화해를 보여 주는 열쇠의 문학이다. <공주님과 첫사랑>, <가시나무에 떨어진 별>, <거인과 꽃시계>, <제비꽃> 등으로, 어디에도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극렬한 대립과 고통의 현장에서 동심을 가진 주인공에 의해 한 줄기 실마리를 찾고 반목과 질시를 종식시켜 드디어 기쁨과 소망을 쟁취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분단 민족의 아픔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소년병과 들국화>는 대립과 고통의 극렬한 전쟁터에서 분단을 종식시킬 가능성을 모색하는 점이 돋보인다. 남미영은 강소천의 문학을 ‘열쇠의 문학’이라 명명했는데 <공주님과 첫사랑> 등 남미영의 작품 세계 역시 시대의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거울의 문학’이기보다는 기쁨과 소망을 쟁취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열쇠의 문학’으로 유추된다. 결코 평화롭게 해결될 것 같지 않던 시위대와의 분쟁에 공주님이 대포알 대신 장미꽃을 발포하게 함으로써 미움과 분노 대신 웃음과 함성이 터져 나오게 되어 전쟁이 아닌 사랑이 성취된다. 그리하여 ‘공주님의 첫사랑’과 같이 로맨틱한 이름을 가진 나라의 건설이 이루어진다. 또한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두 편으로 갈라 싸우는 어느 마을의 비극을 우화적 기법으로 전개한 <가시나무에 떨어진 별> 역시 아동에 의한 해결과 화해의 정신을 구현한다. <거인과 꽃시계> 역시 세상에서 아름답고 정확한 꽃시계가 100주년 기념일에 갑자기 고장이 나서 도시 전체가 발칵 뒤집히는데 결국은 한 조그만 어린 아이에 의해서 고쳐진다는 내용이다. 독자를 동화 속 순이가 되어 작품에 감정이입을 하게 함으로써 실감 나는 판타지의 세계에 몰입하게 한다. 조그만 순이는 순수한 꿈을 지닌 소녀로 남을 생각할 줄 알고 호기심 많으며 사색적·탐구적·개척적이다. 순이의 그러한 호기심에 기인해 문제가 해결된다. <제비꽃>에서 또한 제비꽃의 입을 빌려 “마음속으로 보고 싶은 이를 오래오래 생각하면, 마음속에 보고 싶은 이가 살게 된대”라고 말하는데, 이는 작가 스스로가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자기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현실 묘사와 함께 동물에 대한 사랑을 다룬 동화로, 정들었던 동물과 헤어지는 안타까운 정서와 함께 신동심주의적 성숙된 아동상이 돋보인다. 어린이의 순수한 세계를 꾸밈없이 담아내어 신동심주의적 입장에서 신춘문예에 당선하고 해송동화상을 받음으로써 남미영이 작품 활동을 하는 데 계기가 된 <아기 송아지>는 소년과 아기 송아지의 사랑을 통해서 동물 애호 정신을 일깨워 준다. 여기서 마음이 나약했던 소년의 성장하는 모습은 <석이와 짠>에서도 발견된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석이가 다시 강아지를 얻을 기회를 얻었지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주인아주머니의 제안을 거절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석이는 이미 자신의 욕심보다는 어미 개와 강아지와의 사랑을 더욱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소년으로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200자평
남미영은 196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아기 송아지>가 당선되면서 동화작가가 되었다. 그의 동화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동심을 가진 어린이에 의해 문제 해결과 화해를 보이는 열쇠의 문학과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현실 묘사와 함께 동물에 대한 사랑을 다룬 동화가 있다. 이러한 특성을 보여 주는 동화 <공주님과 첫사랑>과 <석이와 짠>을 비롯한 7편의 동화가 이 선집에 수록되었다.
지은이
남미영은 1943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충주에서 성장했다. 196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아기 송아지>로 등단해 1967년 제1회 해송동화상과 제34회 소천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첫 동화집 ≪눈 먼 천사≫에 이어 동화집 ≪아기 송아지≫, ≪꾸러기 곰돌이≫, ≪가시나무에 떨어진 별≫, ≪소년병과 들국화≫, ≪할머니 품은 벙어리장갑보다 따뜻해≫와 수필집 ≪아버지의 보석≫ 그리고 독서교육서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길러 주는 독서 기술≫, ≪공부가 즐거워지는 아침 독서 10분≫, ≪엄마의 독서 학교≫ 등을 썼다. 한국교육개발원 국어교육연구실장직을 거쳐 2013년 현재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원장이다.
해설자
정선혜는 1955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성신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아동문학평론≫에 이재철의 추천으로 아동문학평론가가 되었고 2001년 ≪아동문학연구≫에 <황금액자>를 발표해 동시 작가로 등단했다. 한국독서대학교 전임 교수, 한국교원대학교 겸임 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아동문학학회 부회장,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방송문예학과 외래 교수, 한국독서치료학회 부설 전임 교수로 ‘문학과 독서 치료’를 담당하며, ≪아동문학평론≫ 상임 운영 위원, 동심치유연구소장이다. 저서에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한 평론집 ≪한국아동문학을 위한 탐색≫과 동시집 ≪다롱이꽃≫, 수필집 ≪딸에게 주는 편지≫ 등이 있다.
차례
작가의 말
아기 송아지
석이와 짠
가시나무에 떨어진 별
거인과 꽃시계
제비꽃
소년병과 들국화
공주님의 첫사랑
해설
남미영은
정선혜는
책속으로
1.
“아까 왜 나를 살려 주었지? 너는 나를 쏠 수도 있었는데….”
“아, 그거요? 들국화 때문이야요. 아저씨 모자에서 꽃을 보았을 때, 총 쏘기가 싫었시요.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없다고 어머니가 그랬시요.”
-<소년병과 들국화> 중에서
2.
“얘, 제비꽃아. 넌 춥지 않니?”
다른 꽃들이 이상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응, 춥지 않아. 너무 더워서 얼굴이 달아오르는걸.”
“그게 정말이니?”
“응, 정말이야.”
“왜 그럴까?”
꽃들이 궁금해서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아마 해님 때문인가 봐.”
제비꽃이 말했습니다.
“해님? 지금 해님이 어디 있다고 넌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니?”
다른 꽃들이 핀잔을 주었습니다.
“내 마음속에….”
제비꽃은 조용히 자기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마음속으로 해님을 오래오래 생각했더니 마음속에도 해님이 생겼나 봐. 얼굴이 화끈화끈해.”
-<제비꽃> 중에서